'아름다운 화가 한경혜' - 경남웹진 [2002-01-22]

"여러분, 붓을 똑바로 잡아보세요."
김해시 진영읍 내룡리 702번지 상용마을 저수지위 2층으로 된 `작가의 집`.
몸이 불편한 학생들이 하얀 화선지를 앞에 놓고 무언가 그리기 위해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서울경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화가 한경혜씨(26)가 장애 학생들을 위해 매달 첫째주 토요일 마련하는 무료 그림교실이 열리는 날.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학생들이지만 한씨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벼루에 담긴 붓을 잡기 위해 팔과 허리를 곧추세운다.
꿈이 화가인 하영이(마산 용마초등)는 지난 1월부터 한씨에게 그림을 배워서인지 다른 친구들보다 실력이 한수 위.
선긋기를 통과하고 한국화의 기초인 국화 꽃잎을 열심히 그리고 있다.
하영이의 어머니도 같은 시기에 그림을 배워서인지 집에서 하영이를 손수 가르칠 정도의 실력을 쌓았다.

옆자리에 앉은 세정이(김해 대창초등)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해 그림교실 참가 첫날 국화 그리기에 바로 들어갔다.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세정이는 군인인 아버지가 전국으로 부임지를 옮겨다니기 때문에 특수교육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
"흐지부지 하지 말고 한번 할때 딱부러지게 그려야지."
딴청을 피우며 대충대충 그림을 그리는 세정이를 보자 한씨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자신들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이고, 육체의 고통을 참아내야만이 실낱같은 희망이 찾아오는데 근성으로 해서는 시간만 낭비한다는게 한씨의 설명.

"그림을 그릴 때는 붓끝에 정신을 담고, 화선지에 그 혼을 옮겨가면서 자신의 고통과 고독, 장애라는 특수한 상황을 삭여야 비로소 정신과 육체의 자유를 찾을수 있는거야."

장애학생들에게 봉사하기로 결심한 한씨가 그를 찾아온 문하생들에게 정신적 해이를 경계하면서 연신 `똑바로`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면 재미있고, 마음이 차분해져요."
경남혜림학교 고등부 1학년인 성용군은 답답한 도시를 떠나 자연속에서 그림을 배우는게 신나는 모양이다.
성용군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부모로서 할수 있는게 별로 없는것 같은데 저렇게 훌륭한 선생님이 자신의 일처럼 아이들을 가르쳐 주시니 모든 장애인들에게 힘이 된다"고 만족해 했다.

저쪽 한켠에서는 경남천광학교에서 재택교육을 받고 있는 두원군이 자신의 몸과 싸우고 있다.
붓을 잡은 손에는 온통 먹이 뒤범벅이다.
몸을 혼자 가눌수 없는 두원군은 집에서 의사소통을 할 때도 그림으로 한다.
2시간정도 쉬지않고 선긋기만 한 두원군은 교육이 끝나자 힘에 겨운듯 바닥에 나뒹굴어졌다.

이날 교육에 참가한 장애학생들 못지 않게 이들의 부모들도 못내 기쁜 표정이다.
`동병상련`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터라 금방 자녀얘기 등을 하면서 서로 친해진다.
교육이 끝나자 한씨의 어머니 유광식씨가 맛있게 준비한 저녁을 대접해 단합회 분위기를 연출했다.
"몸과 마음은 불편하지만 열심히 잘 따라줘서 보람을 느낀다"는 한씨는 "이곳에서 자신 스스로도 무엇이든 해낸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키웠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하태진교수에게 사사한 한씨는 줄긋기 사군자 산수화 등 동양화 그리기를 장기적인 계획으로 가르칠 결심이다.
교육에 필요하다면 서울의 명사들께 강의도 청할 생각이다.

쉽지 않은 장애학생 교육, 더욱 쉽지 않은 장애학생 그림배우기.
한씨의 그림그리기 교실에는 자신의 한계를 이기려는 고집불통들과 이들을 깨우치려는 고집쟁이 화가의 노력과 웃음이 넘쳐나고 있었다.
연락처:345-9945, 016-797-4960.


한경혜 누구인가? 한국화가 한경혜씨(26).
마산 성호초등학교를 졸업한뒤 상경, 장안대학교 졸업, 홍익대 미술대학원 과정을 수료하면서 줄곧 서울 경기지역에서 활동해왔다.
한씨가 장애학생에게 애착을 갖고 있는 이유는 자신도 유년기 한때 지체장애를 겪으면서 느꼈던 `고독`이라는 애절한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

"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들이 그림 그리기를 통해 신체적 아픔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뛰어넘어 스스로 무엇인가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웠으면 더없이 좋겠어요."
한씨는 자신이 극복했던 것처럼 장애학생들이 그림을 통해 기능을 연마하고, 심신을 갈고 닦으면 장애를 떨칠수 있다고 믿고 있다.
또 그는 그렇게 자신의 장애를 극복했다.

그림 그리기에 몰두해서 인지 젊은나이 답지 않게 경력도 화려하다.
95년 5월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입선(비구상)
96년 5월 국전 특선(비구상), 11월 국전 입선(구상)
99년 5월 국전 입선(비구상), 11월 국전 입선(구상)
2000년 5월 국전 특선(비구상), 8월 국전 입선(구상)
한씨가 자신의 삶에 결코 소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전통과 현대미술의 만남전(서울시립미술관, 99년), 홍인미술전(모로갤러리, 99년)에서 주목받았다.

********** 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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